<< 영화 노량 후기 -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 >>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쟁이자 임진왜란을 끝낸 노량해전이 마침내 개봉했다.
2014년의 명량을 시작으로 2022년 한산에 이어 2023년의 노량까지
삼부작의 대작을 이끌고 온 김한민 감독의 흔들리지 않는 뚝심에 진짜 박수를 보낸다.
둥.... 둥..... 둥.... 북소리로 시작된 저음의 굵은 음향은 마지막 끝날 때도 같은 소리로 울린다.
그의 마지막 전투에서 남긴 마지막 유언은 둥둥둥 북소리로 상징화되어 관객들의 귀가 먹먹해질만큼 울림을 주고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부디 적들을 남김없이 무찌르게 해주소서.
이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한 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 인간 이순신을 다룬 영화 노량 >>
김한민 감독은 명량과 한산 그리고 노량에서 이순신 장국의 영웅적인 모습 외에
그의 두려움, 그의 고뇌 그리고 부성애를 그려내여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량에서도 이순신의 부성애와 인간애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꿈속에서 막내아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서 절규하는 모습과
부인에게 툭 던지는 한마디에 아들을 먼저 보낸 가슴아픔이 느껴진다.
준사에게 고니시 유키나가의 전황을 살피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목숨까지 버리지는 마라 "라는 말과
진린을 구하러 떠나는 준사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라는 말을 남기는 장면
그리고 함선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일그러진 이순신의 얼굴과
그와 함께 전장에 나섰던 옛 동료들을 기억하는 장면에서
그가 전쟁에 임할 때 얼마나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기억했는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노량해전으로 나서는 출정식 때 이순신과 함께 전쟁을 치렀던 죽은 전우들의 명부를 태워
그 재가 하늘에서 흩뿌려지는 진혼식 장면은
인간 이순신이 겪었던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비장미까지 느끼게 한다.
<< 조선의 운명을 쥐고 있던 명나라, 그리고 두 인물 >>
1598년 9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다.
조선에 주둔중인 일본군은 즉시 본국으로 철수하려 한다.
더 이상 명분이 없는 전쟁을 위해 목숨을 잃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중앙집권제가 아닌 힘 있는 가문에 의해 유지되던 다이묘의 시대였다.
다이묘들은 도요토미 가문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 조선을 침공한 것이 아니라
조선에서 땅을 넓혀 더 크게 부를 쌓고 출세를 하려는 목적이 강하였다.
언제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통수를 쳐서 자신이 제1 막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는 다이묘들이
그의 죽음뒤에 의미 없는 조선에서의 소모전을 계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조선과 싸울 때는 서로 연합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득이 없을 때는 연합은 쉽게 깨졌다.
고니시가 시마즈의 군대와 연합하지 않고 관망만 하다가 서둘러 자신만 부산에서 일본으로 돌아간 대목도 그런 이유이다.
순천에 고립된 고시노는 어떻게 해서든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명나라와 조선의 함대에 의해 갇힌 봉쇄선을 뚫고자 한다.
진린에게 뇌물을 주거나 조선병사들의 수급이 담긴 소금통등으로 회유한다.
조선의 이순신에게 회유란 당치도 않는 소리이니 이렇듯 진린에게 뇌물공략을 벌이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이후 사기가 꺾인 일본군과
그런 일본군을 상대로 싸우는 소모전을 벌이고 싶지 않았던 명나라의 진린,
일본군이 주는 뇌물 또한 마다하지 않는 진린의 모습이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 속 진린은 이순신에게 "라오야(어르신)"라고 부르며
인간적인 존경과 군인으로서의 믿음을 보여주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러나 이미 전쟁은 끝났으니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 명나라의 입장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정재영이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여 명나라 시대의 근대 중국어로 대사를 한다.
무엇이든 불만족스러운 표정과 특유의 접하는 진린의 의성어로 충분히
군인의 자질은 충분하지만 얕으며 부족한 인간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길고 풍성한 흰 수염을 휘날리며 관우처럼 언월도를 휘두르는 모습이 가히 압권인 장수가 있다.
바로 등자룡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등에 깃발을 꽂은 채 복수를 위해 달려오던 허준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역시 허준호는 이런 극적인 사극에 너무 잘 어울린다.
이순신을 존경하고 절대적으로 신임했던 등자룡이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는 모습은 장렬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너무 짧게 묘사되고 그의 등장씬도 많지 않아 아쉬웠다.
명나라에 진린과 같은 장수가 있는가 하면 등자룡과 같이 신의와 충절을 중히 여기는 장수가 있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등자룡의 후손이 바로 중국의 등소평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을 도와 수많은 군인과 곡식을 보내주었던 명나라는
전쟁으로 국운이 쇄하여 끝내 여진족을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하게 된다.
<<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 항복을 받았어야 한다. - 시마즈 요시히로 >>
시마즈 요시히로
노량해전에서 대패한 그를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항복을 받아냈어야 했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조선군에는 악명 높은 일본의 장수로
정유재란의 원인이 되는 칠천량 전투에서 원균을 상대로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고
이때 그 많던 조선의 함대가 12척밖에 남지 않는 재앙이 발생한다.
임진왜란 당신 일본의 3대 대첩이라 불리는 사천성 전투에서 조선과 명의 연합군대 20만 명을
단 1만 명의 일본군이 상대하여 압승한 장본인 역시 시마즈 요시히로였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을 저격한 병사 역시 시마즈 요시히로의 휘하에 있었으며
노량해전에서 대패하였지만 고니시 유키나가가 봉쇄선을 뚫고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시마즈 요시히로가 일본으로 도주할 때는 수많은 조선의 도공들과 기술자 그리고 귀한 조선의 보물들을 훔쳐 달아났다.
후에 조선의 기술자들이 서양의 기술을 배워 조총을 만들고 함대를 만들고 포를 만들어 다시 조선을 공격하게 된다.
시마즈 요시히로의 후손들은 250년이 지나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이라는
일본의 근대화를 여는데 앞장선 사람이 바로 시마즈 28대 당주인 시마즈 나리아키였다.
시마즈 가문이 길러낸 후손들이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된 공장을 짓고 그곳에서 현대화된 군수물자들을 만들어내면서
시마즈 요시히로가 못다 이룬 조선의 침략의 꿈을 가지고 다시 조선을 침략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사망한 전 아베 신조가 바로 시마즈 가문의 후손과 연결되어 있다.
조선과 조선인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시마즈 요시히로의 역은 백윤식이 맡았다.
시마즈 가문을 재현한 갑옷을 입고 흰 수염을 날리며 등장한 백윤식은
영화 내내 "리슌신"을 외친다.
그리고 마지막에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귀를 막으며 제발 저 소리를 멈추라고 절규한다.
영화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순신 장군이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직접 친 북소리는 잠시 멈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다시 울리는 북소리는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성웅 이순신의 장렬한 최후는 이렇게 끊이지 않는 북소리로 재현된다.
그리고 영화 노량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는 계속 이순신 장군이 울리던 북소리를 기억해야 한다고
여전히 시마즈 요시히로의 가문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은 일본에서도 큰 권력을 쥐고 있고
꿈속의 꿈처럼 계속 대륙을 향한 꿈을 꾸고 있다고
<< 바이 루이드로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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