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쩐지 자막의 설명이 길다고 했다.
항공사고 중 비상선언이란 정상운항이 불가능한 항공기의 비상계엄령으로
어떠한 항공기보다 우선 착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선언이라는 위급한 전개 대신 질질 신파에 끌려다니고 만다.
영화 내내 자막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주변인들과 주인공들은
안해도 될 대사들을 지루하고 천천히 늘어 놓는다.
왜 그렇게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사연들이 많은지 ...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사연따위는 패스하고
비상선언에 맞는 다급한 현실과 위기사항에 직면한 인물들의 디테일만 보여주어도 될텐데
...
하와이로 놀러가는 고딩 여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가질 않나
아토피때문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다는 딸내미가 등장하질 않나
의사로 등장하는 여배우는 "내가 의사예요" 한마디외만 남기고 엑스트라처럼 서성거리고
...
복선도 죄다 그냥 보인다.
올여름 가장 기대를 모았던 영화 비상선언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박해준, 임시완, 김소진 등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어벤저스 한 팀들을 모아 놓고 찍은 영화
감독은 연애의 목적, 관상, 더킹을 찍은 한재림
상영일자가 잡힌 8월3일 조조 관람을 했다.
영화 내내 "아빠"~~~ 를 외쳐대는 딸내미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기억할 것이다.
클레멘타인의 "아빠 ~ 일어나 "
부산행의 "아빠~ "
감기의 "아빠~ "
해운대의 "아빠~! "
비상선언에도 어김없이 "아빠~!"가 등장한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아빠가 있는 딸내미들은 모두 재난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아빠는 슈퍼맨처럼 딸내미들을 통해 힘을 얻고
딸내미들을 사지에서 구해낸다.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놈의 "아빠~! "
영화 비상선언에는 이쁘고 소중한 딸내미들을 가진 두 명의 아빠가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가 절정에 치닫고 감정에 호소할때마다 "아빠~! " 가 연달아 들린다.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 인물은 임시완 !
임시완의 연기는
온통 땀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뻔하디 뻔한 대사를 남발하며
감정에만 호소하는 다른 주인공과는 달리
표정없이 건조하고 사악하며 자신밖에 모르는 사이코로 등장한다.
딱 몸에 맞는 캐릭터로 빛나는 유일한 존재이다.
임시완은 사람을 죽였음에도 감정이 동요되지 않으며 칼로 자신의 몸속에 바이러스 캡슐을 숨길 때도
고통으로 비명 하나 지르지 않는다.
공항에서 티켓 발권하는 승무원에게
사람들이 많이 타는 비행기가 어떤 것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는지
물을때도 승무원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실험용 쥐가 한마리씩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끔찍하게 도살되듯이
비행기 안의 승객들도 탈출할 곳도 없는 갇힌 공간에서 하나하나 끔찍하게 죽어가길 간절하게 희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승객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기장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우연처럼 마침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전직 파일럿이면서 항공사고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병헌이 기장 역할을 대신하고
또 마침 이병헌이 일으킨 항공사고로 승무원이었던 아내를 잃은 부기장인 김남길과 재회하고
"나는 그 때 내결정을 후회하지 않아 "
"저라도 그랬을거예요!" 라며
둘은 극적인 화해를 하고
자기만 살기 위해 자제력을 잃은 부산행의 김의성처럼
짜증 제대로 유발하고자 만든 캐릭터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수포가 생기기 시작한 사람들을 머리칸과 꼬리칸으로 격리시키고
그 와중에 송강호의 아내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면서 눈물을 짜내고
그런 반복적인 클리셰가 어느 영화에서처럼 딱 딱 등장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항공기를 받아 줄 나라는 없으며
- 미국도 일본도... 일본은 전투기까지 등장한다. -
한국에서도 바이러스로 감염된 비행기의 착륙을 막는 군중들이 공항에서 시위를 벌이고
국토부와 정부는 우왕좌왕..
국토부 장관인 전도연의 말빨은 도저히 먹히지 않고
정부를 대표하는 박해준의 역할도 짜증만 날뿐이다.
결국 송강호의 자기희생적인 바이러스 투약
- 영화 괴물에서 바이러스에 격리된 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딱 딱 맞춘 듯이 기적처럼
송강호에게 투약한 백신이 바이러스를 약화시키고
...
이병헌이 몰던 항공기는 연료가 바닥이 났음에도 성공적.. 으로 착륙을 하고
그리고 모두 모두 해피엔딩
마지막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이 송강호 아파트 앞 정원에 모여 잔치를 벌이는 장면에서 피식 ~
환한 조명 아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흰 옷을 입고 있어서 전부 죽어서 천국으로 갔나 했다.
송강호는 산소 마스크에 주렁주렁 약물을 꼽고 휠체어에서 말도 못 하는데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백신을 맞은 승객들은 이렇게 건강하다고 ?
비행기가 360도 회전하는 장면과
그 안에 공포에 질린 승객들
그리고 일본 자위대가 쏘는 미사일의 공포는 대단했지만
마지막에 승객들이 선택하는 죽음과
극적인 회생과
치료제가 있으니 돌아오라는 문자를 받고 감동하는 장면
지긋지긋하게 신파 또 신파 !
영상통화를 하면서 마지막 유언처럼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에서는 코가 시큰했지만
영화관 군데군데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딱 그 정도 ~!
영화관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뭐 그냥 그렇다 정도 ~~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개봉 시기가 아쉽다.
신파가 이제 잘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고
탑건의 매버릭이라는 엄청난 항공 샷을 이미 봐버렸고
어벤저스 한 출연진이 등장해도 흥분하지 않을 만큼 관객들은 OTT 시장을 알아 버렸고
조조 한 장에 만원 , 일반 한장에 만 오천 원이라는 영화티켓값은
그냥 아무 영화나 보기에는 너무 비싸져 버렸다.
<< 바이 아그네스 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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