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때깔 나는 킬러 영화, 더 킬러 리뷰 >>
- 막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 킬러의 주인공은 본명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나는 비범하지 않다. 나는 그저 다를 뿐 "
킬러는 해야 하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유 사무실인 we-work에서
5일째 잠복하면서 목표물을 기다린다.
목표물이 오기로 되어 있는 호텔의 주변을 망원경으로 탐색하면서 거의 잠도 자지 않는다.
술은 일절 입에도 대지 않으며 담배조차 피지 않는다.
대중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옷과 액세서리는 차분하게 그리고 고지식한 독일인처럼 입는다.
포만감으로 나른해지지 않기 위해 맥도날드의 맥머핀도 빵은 버리고 고기와 치즈 야채만 먹는다.
달걀과 바나나를 틈틈이 까먹고 우유나 요쿠르트를 마시며 가끔 커피도 마신다.
유연성과 민첩성 그리고 전투력을 키우기 위해 킬러가 하는 운동은 바로 요가다.
어느 공간이든 매트 한장과 mp3와 이어폰만 있으면 된다.
회사와 업무 상 통화한 핸드폰은 칩만 떼고 바로 파기하며
그가 출장을 다니는 나라와 도시 곳곳에 은신처와 창고를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은신처와 창고에는 다양한 유니폼과 위조된 신분증 그리고
킬러라는 업무에 사용할 다양한 물품들이 질서 정연하게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그는 법학을 공부했지만 지도 교수의 권고로 킬러라는 직업으로 전향하게 된다.
그의 잘 정리된 머리속처럼 그가 수행하는 업무들은 하나하나 예측된 결과치로 가기 위해 정확하다.
그는 절대 임기응변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으며 보수가 따르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반복 확인, 반복 확인, 그리고 또 반복 확인을 한다.
그리고 그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다.
"나는 깨달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행동하는 순간이 아님을..
진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일을 수행하기 며칠, 몇 시간 , 몇 분 전이다. "
마이클 패스벤더의 위의 대사가 너무 찰지게 다가왔다.
회사 업무는 물론이고 일상의 모든 업무에 적용되는 말이다.
위기의 순간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 순간이 아니라 업무를 준비하면서 발생되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
진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그 과정을 진행할 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친 잘못된 어느 부분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것이다.
과연 더 킬러의 주인공 킬러는 아무일도 없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 파리에서 도미니카로 뉴욕에서 시카고로 더 킬러의 업무를 따라가는 영화, 더 킬러 >>
결국 킬러는 5일째 야근을 하고 맥머핀을 먹고 버텼지만 마지막 순간에 매춘부에게 눈길을 주는 바람에
그만 업무에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프리랜서이다.
경찰에게 절대 잡히지 않을 경로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으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마침내 업무현장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러나 그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으며 심박수는 최대치로 올라가 있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내내 불안감을 느낀다.
화약 냄새를 지우기 위해 박박 몸을 문지르고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늘 착용하며
눈에 튀지 않는 복장과 행동으로 침착성을 유지하지만 실패한 업무로 인해 어떤 문책을 당할지 두렵다.
업무에 실패한 킬러에게는 실패로 인한 처참한 보복과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 회사는 잘리면 끝나지만 킬러에게는 목숨이 달려 있다. 영화 더 킬러 리뷰 >>
직장이 있는 회사원에게 업무의 실패란 작게는 경질이나 혹은 문책으로 끝나지만
크게 확대되면 사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억울하지만 팀단위로 잘리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다르다.
업무가 실패하면 계약한 클라이언트와 처음부터 책정한 보수를 지급받기 힘들뿐더러
대부분 그 업무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에는 리뷰가 악성으로 달리기도 하고
지인을 통해 업무를 맡은 경우에는 또 다른 지인들에게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져 결국 오더가 줄어들게 된다.
킬러도 예외는 아니다.
프리랜서 킬러에게 업무의 실패란 곧 처참한 보복과 응징이 따르고
업무의 무게감이 크고 보수가 상상을 초월할 경우에는 목숨마저 담보로 걸어야 한다.
영화 넷플릭스 더 킬러의 주인공 킬러의 아내의 처참함 고문의 흔적은 응징의 시작일 뿐이다.
응징을 만나게 되면 되갚아주어야 한다.
피하면 피할 수 록 상대방은 더 교묘한 방법으로 끝날 때까지 괴롭히는 싸움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킬러는 마침내 회사에 응징을 하고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속정확하게 빠른 판단을 내린다.
<<킬러가 선택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차 기아 쏘렌토 SUV , 영화 더 킬러 >>
복수해야 하는 목표물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주소를 알아내고
그가 누구인지 신중하게 파악하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심지어 목표물이 키우는 강아지 종류까지 정보를 수집하는 킬러
목표물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킬러가 선책 한 차는 바로 기아 쏘렌토 SUV.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이 대중적인 차가 영화 더 킬러에 등장한다.
기아 로고가 선명하니 반갑다.
서슴없이 목표물을 없애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떠나는 킬러이지만
주인에게 충성하는 목표만 가진 핏불테리어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총으로도 주먹으로도 상대되지 않는 이 무시무시한 핏불은 한번 물으면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는 무시무시한 존재!
핏불에게 쫓기는 장면이 의외로 코믹하지만 영화 내내 긴장감이 순간 올랐던 장면이기도 하다.
강력한 수면제를 먹였는데도 소리에 깨고 벌떡 일어나 주인에게 달려가고
주인의 피 냄새를 맡고 그를 살해한 킬러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회사 생활을 할 때 가장 고인 물이었던 부장, 이사, 상무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영화 더 킬러에서 면봉처럼 생긴 여자라고 표현되었던 킬러로 등장한 틸다 스윈턴!
그녀가 킬러에게 해준 곰과 사냥꾼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곰에게 당한 사냥꾼이었다는 사실..
사냥꾼은 그냥 곰을 사냥하겠다는 신념만 가졌는데
그의 신념을 다른 쪽으로 해석하는 곰 ~!
결국 언젠가는 신념을 가진 사냥꾼에게 곰은 사냥을 당할 것이다.
사냥을 하고 말겠다는 단순한 프리랜서의 업무를 너무 다양하게 해석하지 말 것!
그것이 바로 킬러가 가진 직업의식이다.
어떤 공감이나 어떤 감정도 상대나 사물에게 가지지 않는 것!
" 아무도 믿지 마라!"
속임수로 레이디가 젠틀맨에게 에티켓을 요구했지만 킬러는 허무하게 죽고 만다.
아무도 믿지 않는 신념을 먼저 가진 킬러에게 당하고 만 것이다.
2007년부터 파라마운트의 배급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려고 마음먹었던 데이비드 핀처감독이
뜻밖에 넷플릭스의 배급망을 통해 영화 더 킬러를 제작하게 된다.
세븐, 더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거장이다.
알렉시스 놀렌트 작가가 쓴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
각본은 영화 세븐을 집필한 앤드류 워커이다.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영화의 주연은 마이클 패스벤더이며 의외로 틸다 스윈턴이 킬러역으로 잠깐 등장한다.
제작은 브래드피트의 플랜 B가 맡아 데이비드 핀처와의 오래된 인연을 이어갔다.
존윅과 같은 스타일리시 하면서 과장된 킬러,
레옹과 같은 인간미와 백치미 그리고 로열티를 가진 순수한 킬러,
킬빌처럼 살벌한 여자들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킬러 등등
다양한 킬러들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한결같이 드라마틱한 서사와 장면 그리고 액션신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는 지루할 만큼 말이 많은 킬러가 등장한다.
그는 냉소적이며 다소 허무적인 니힐리즘의 성격을 가졌으며
자신을 지키고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가학적으로 자신을 몰아치는 스토아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목표물에 조준하기 전에 건조한 눈에 안약을 넣는다든지
적들에게 드러나지 않지만 퀄리티는 좋은 미니멀한 의상을 입는다든지
양치나 샤워를 한 뒤에 소독약을 뿌리는 등 킬러가 일상적으로 어떻게 업무를 준비하고 추진하는지 직업적인 관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디테일하게 설명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막상 킬러로써 행동에 옮길 때는 전혀 망설이는 모습이 없고
예측한 그대로 실행에 옮기며
일반인들 사이에 몸을 숨겨가며 민첩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 디테일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면서 마이클 패스벤더의 무표정한 얼굴이 그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준다.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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